크론이 직딩일기

[크론병] 수면 대장내시경하다가 선생님과 대장을 같이 본 사람이 있다? 2부 본문

ABOUT ME/크론병

[크론병] 수면 대장내시경하다가 선생님과 대장을 같이 본 사람이 있다? 2부

우죠우죠 2020. 10. 28. 13:00

 

 

 

선생님께서는 대장내시경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아니,, 저 맨날 설사하는데 대장내시경약 먹으면 더 설사하는 거잖아요. 저 못해요. 선생님" 

 

 

거의 울면서 얘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선생님과 엄마는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나를 설득했다.

이미 대장인지 항문인지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를 피와 아픈 몸때문에 마음이 너덜너덜한데 

거기다가 대장내시경약까지 먹어야한다니.. 덜컥 겁부터 났다. 

하지만

내가 미룬다고 미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울면서 약을 넘겨받았다.

 

제일 힘든건 역시 약을 먹는 일.

 

짠 포카리.. 소금을 왕창 넣은 포카리를 1L, 그냥 생수를 1L 

또 1시간 후에 또 마시기를 반복..

 

 

환자복을 올릴 틈도 없었다.

나오지 않아도 화장실에 계속 앉아있던 것 같다.

2인 1실에 화장실 딸린 병원을 고른건 정말 천운이었던 것 같다.

병원측의 배려로 2인 1실을 거의 나 혼자썼는데..다행이었다.

 

 

설사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계속 설사가 나온다.

물론 거의 물이지만..

대장 내시경하면서 밤에만 설사하면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큰 오산이다.

오전에도 약을 먹어야하며 장내에 남아있는 것들이 있기때문에 또 빼줘야한다.

정말 먹기 싫었지만 여기까지한거 제대로 안나오면 또 할테니까 오기 먹었다.

 

 

수면내시경하면서 간혹가다 잠에들지 않는다고하는데

그게 나인 것 같다.

분명히 잠들었는데 나는 깨어났고 선생님이랑 같이 큰 화면에 대장을 같이 보고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 일어났을 때 보이는 내 대장이.. 한 눈에 봐도 염증, 고름, 피가 나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사이 스친 생각은.. 아 제발 암은 아니기를 하고 생각했다.ㅋㅋㅋㅋ

선생님께서는 내가 깨어난걸 알았는지 여기보라며 너무 다 염증이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나는 내 대장을 보고

 

"아......개더러워......"

 

라고 진짜 어벙벙하게 말하고 잠에 다시 빠졌다.

 

 

그 뒤로 나는 3시간이나 넘게 잠을 잤다. 반복되는 설사와 복통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약발로 3시간을 자고 컨디션이 좋아졌다.

그리고 금식을 한 지 4일째 설사의 횟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병실로 돌아온 나에게 선생님은

 

 

"궤양성 대장염이고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병원에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병은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고 말했고 해줄 수 있는건 그 병원 예약때까지 입원해서 스테로이드라도 처방해줄 있다고 하셨다.

스테로이드.. 말로만 듣던 스테로이드를 내가 맞다니.....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도 스테로이드 몸에 안좋은 것은 알고 있었다.

장기 복용하면 안되고 부작용이 심하다는 것도.. 나는 몸이 붓고 살이 찌는 부작용을 겪었다.

내 엉덩이와 허벅지는 엄청 커졌으며 (원래도 컸지만) 내 다리에 내가 걸려 넘어질 번한 적도 있었다.

몸이 무거워졌고 종아리가 하도 부어서 엄마,아빠가 수시로 마사지를 해줄 정도였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맞기 시작하니 복통, 설사가 확연하게 줄었다.

또한!! 선생님께서 항문이 작살이 난 것을 보시고는 대장내시경 때 바르는 마취연고를 주셨다. ㅠㅠㅠ

항문이 아프니, 마취연고라도 바르라고.. 그 연고 덕을 많이 봤다.

 

동그란 병이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를 맞기 시작하면서부터 기억이 조금씩 있다.

그 전에는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에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후부터 살만하니, 그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원주세브란스 병원에 가기위해 거의 2주가 넘게 병원 생활을 하면서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우리집은 고깃집을 운영하는데 

엄마는 저녁장사 후에 병원으로 왔고 병원에서 자고 아침 5시에 일어나 새벽 장사를 하고, 아침 장사까지 끝나면 잠깐 병원에와서 점심까지 나와 시간을 보내고 가게로가서 점심 장사 끝나면 또 병원으로 오고, 저녁 장사 때 또 가게에 가서 장사를 마무리하고 병원으로 오는..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그럼에도 엄마는 천성이 워낙 밝고 낙천적이어서,

 

"병원 아래에 빙수가게가 있는데 너무 좋아. 매일매일 시원한데서 빙수먹고 잠드니까 너무 좋다~ " 라고 말했다.

 

존맛탱 빙수

 

그때 엄마의 생활에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못했는데 (불속성 효녀)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삶이었을지.. 엄마한테 너무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그렇게 엄마는 원주 세브란스에 아는 지인들을 총 동원해, 유명하다는 교수님의 진료 마감시간 10분전에 나를 끼워 넣었다.

 

 

 

사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증상이 비슷하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염증이 주로 발생하는 것이고,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염증이 발병하는데 증상은 서로 비슷하고, 둘 다 자가면역 질환이며 쓰는 약도 비슷하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오랜 설사로 항문이 안좋다고 생각하셔서, 항문염증을 염두하지 않고 궤양성 대장염이라 판단 하신 걸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중에 퇴원하고 병원에 찾아가 떡, 음료수를 드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또 오진의 오진을 겪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원 기간 중에 간호사 선생님들도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셨고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내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고통받을 때마다 엄마는 밖에서 숨죽이고 우셨는데 선생님들이 엄마를 많이 위로해주셨다.

시설도 좋았고 의사 선생님들,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너무 좋은 보살핌을 받았던 병원이었다.

(일단 밥이 잘나온다. ㄹㅇㄹㅇㅋㅋㅋ)

 

어쩌다보니 13kg빠진 얘기를 쓰지 못했는데 다음에 진짜 쓰겠습니다......ㅎ그흑

 

반응형
Comments